논어일지(9)

문우보인 | 2015.03.08 16:40 | 조회 1071

 

 

 

* 안회와 자공에 대한 단상

 

1. 안회는 공자의 추종자인가?

 

안회에 대한 기존의 인상은 어떠할까? 아마 공자의 말씀을 묵묵히 따르고 별다른 토를 달지 않는 과묵형의 인간형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동의할 듯하다. 그러나 그 과묵함이 부드러움과 수동성만을 강조하여 안회를 능동적이지 못한 유약한 인간처럼 보이게 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논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안회는 단순한 공자의 추종자가 아니라는 것을 쉬이 포착할 수 있다. 안회는 결코 소극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다. 묵언 속에 소처럼 우직한 실천궁행형의 인간,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 어리석은 듯 보였지만(如愚) 결코 여린 사람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스스로 공자를 따르려고 하는 길에 그만두고자 하나 그만둘 수 없다고 했으며(欲罷不能) 공자는 그런 안회를 두고 그가 전진하는 것을 보았지만 그만두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칭찬했기 때문이다.(吾見其進也, 未見其止也)

 

가령 공자는 인仁에 가까운 덕목으로 강의목눌剛毅木訥을 들고 있다. 이러한 덕목은 외면적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덕성이다. 의지력, 단호한 결단력, 질박함, 말을 함부로 내지 않는 것. 그런데 여기에 의지력과 결단력이 들어 있다는 것을 주목해본다. 공자는 인자는 근심하지 않는다(仁者不憂)라고 했다. 단표누항의 삶은, 보통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워 근심을 이기지 못하나 안회는 거기서 오는 즐거움을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不改其樂) 그런데 안빈安貧에서 오는 즐거움이란 그 빈貧을 편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의지와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안회에 대한 기존 이미지 바꿀 필요: 안회에 대한 기존의 인상은 유柔에 치우치고, 목과 눌쪽에 비중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강의剛毅의 특징을 부각시킨다면 안회의 상이 훨씬 입체적으로 드러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안회의 실제 모습을 복원하는 길일 것이다. 동아시아 인간형에서 지금도 흔히 말하는 외유내강의 전범인 안회의 유와 강에서 유만 아니라 강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회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좀 더 투박한 외모의 캐릭터로 그려도 좋지 않을까 한다. 잘 먹지 못해 건강하지 못한 듯하나, 마르면서도 강단있는 인물로 묘사해도 좋겠다.   

  

* 공자의 분신: 공자는 정치를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의 애제자 안회는 정치의 세계와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런 안회를 공자는 아꼈고 호학好學했던 자라고 극찬했다. 호학이란 공자가 자신을 두고 가리킨 말이다. 그것은 다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을 안회를 평가하는 말로 쓰고 있다. 공자는 안회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안회를 자신의 또 다른 분신, 혹은 자신이 구현하고 싶어했던 인간형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2. 자공은 왜 인물평가에 관심이 많았는가?

 

자공은 인물 평가에 관심이 많다. 그것은 자칫 비교하길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핀잔을 받을 수도 있다. 공자도 자공은 인물 비교하길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자공이 외교업무를 수행하고, 경제인이었기 때문에 나온 자연스러운 성향이었을 것이다. 외교와 경제에 관련된 이들은 추상화/이상화된 어떤 인간형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을 만나 실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내가 만날 사람에 대해 모르면 안 된다. 아마도 자공의 인물 비교 성향은 타고난 측면도 있겠지만 이처럼 그가 하고 있던 일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사람에 따라 국가 사안이 좌우되는 중책을 맡은 자로서 상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일을 그르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끊임없는 인정투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기에는 항상 비교와 평가라는 잣대가 버티고 있다. 그것은 사람을 분발하게도 하나 힘을 뺏아가기도 한다. 비교와 평가는 사람사이에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깨달은 자는 이러한 비판과 평가로 스스로를 가두어두지 않을 것이다. 일상이 수행의 도량임을 알고 끊임없이 정진연마할 수 밖에 없다. 공자는 자공이 사람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나무라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공자가 그를 두고 이른바 공문사과(孔門四科: 德行,言語,政事,文學)에서 언어에는 재아, 자공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외교, 경제와 관련된 언어 실무 능력이 때로 그의 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스승 공자는 자공에게 비교와 평가도 중요하나 자기를 먼저 들여다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물론 자공은 공자가 기대했던 그러한 인격을 구현하는 데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가 공자 사후 6년상을 지냈던 것을 보면 그러한 짐작이 지나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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