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일지(8)

문우보인 | 2015.02.15 17:30 | 조회 910

 

{논어} '이인里仁'

논어 이인편은 논어연구자들 사이에서 논어 전편중 가장 오래된 어록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공자의 원음을 많이 담고 있는 편이라고 할만하다. 어느 논어강의자는 한 학기에 이인편만 강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편의 특징은 그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자왈'이라는 형식이 일관되게 유지가 된다.(두 장을 제외하고) 그만큼 간결하고 함축적인 말들이 모아져 있다. 이야기나 서사보다는 단구로 된 잠언집처럼 읽혀도 좋을 정도다. 또 효나 천과 같은 개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이인편에는 주로 인/인자, 도, 군자다움의 특징, 말과 실천에 대한 내용이 많다. 

 

 

인자仁者는 부드러움과 따뜻함만을 간직한 사람인가? 

공자는 오직 인자라야 제대로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다고 했다(惟仁者能好人, 能惡人). 이는 공자가 강의목눌剛毅木訥, 즉 강한 의지력, 결단력, 질박함, 어눌함(말을 함부로 쏟지 않음)을 인에 가까운 덕목으로 지적한 것과 관련된다. 사실, 우리가 인이라고 하면 부드러움을 연상하지만, 인은 {시경}의 맥락에서 남성다움,씩씩함(시라카와 시즈카, 신정근)이라고 해석된다. 이는 인이 단순히 유연함과 온화함으로 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공자를 성인으로 받아들이는 송대에는 성인의 마음이 사사로운 마음이 없어서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른 해석은 아니지만, 원 맥락에서는 인자라야 호오가 분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러주는 게 아닐까. 물론 더 나아가 호오를 가릴 줄 알아야 호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주희는 사심이 없는[無私心]후에라야 호오가 이치에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좋은 것을 좋아할 줄 알고 싫어해야 할 때 싫어할 줄 아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다. 정자가 이 말을 두고 공정함을 얻었다고 한 뜻을 새겨볼 만하다. (맹자의 수오지심의 오는 (나/남의) 잘못된 것을 미워할 줄 아는 도덕적 판단력과 관련되어 있다.)   

 

사람 사이에서 사람과 함께 살고자 했던 공자라면 사람의 감정의 동선에 무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공자는 인을 실현하는 자는 근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계에 절망이 가득해도 희망을 놓지 않는 자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람이 어떤 인간상인지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인자는 부드러움과 강함을 아우른 자요 희망의 연대를 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좋아하고 싫어함에 솔직할 수 있지 않을까.

 

* 현대사회에서 감정의 호오를 드러내기란 쉽지가 않다.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이 어려워질수록 겉으로는 예를 차리는 듯보이나 그 사이로 억압과 폭력이 은폐된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어렵다. 공자가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맹목적으로 편애하거나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에 대한 진정이 없이는 이런 마음이 우러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仁과 말/언어- 말과 정치-사회

공자는 군자는 말은 더듬어 함부로 내놓지 않되, 실천에는 적극적이라고 했다. 공자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번지르르한 말, 그럴싸한 말, 내실없는 말을 비판한다. 교언을 비판한다. 따라서 말만 그럴 듯 잘하는 사람[녕인人]을 싫어한다. 말만 잘하고 실천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실천은 때로 못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송대 학자들은 사람의 허물에 대해 공자는 말이 박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개선의 여지를 늘 두었다는 말일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말과 행함의 완벽한 일치가 늘 가능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공자가 말 잘하는 사람치고 인이 드물다고 비판한 것은 가면을 쓰고 말을 앞세워 사람을 속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어눌한 것이 인에 가깝다", "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신중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는 인간의 말과 행함의 행복한 일치를 꿈꾸면서도 그것의 불화를 실감했다. 그것은 그가 만난 정치가들, 권력자들을 통해서도 확인했고, 일상에서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말과 언어의 세계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동물의 세계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있는 세상을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가 천天에 대한 외경을 보이면서도 대지를 벗어나지 않은 것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미덕에서 언어(일상과 정치의 세계를 포괄하는)에 재아와 자공을 언급한 것도 언어의 세계가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데에 긴요한 덕목이었음을 밝혀주는 것이 아닐까. 언어를 부정하고 폐기한다면 문명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는 결국 68세에 모국 노나라로 돌아와 고대문화(언어)를 정리해서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세상을 떠났다.

 

* 오늘날도 언어에 대한 불신/불감이 가득하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점점 힘들어진다. 말과 현실의 분열을 절감한다. 같은 말이라도 갑을 관계에서 폭력으로 변질된다. 말과 언어는 그 자체로 자족적이지 않다. 언어는 맥락에 따라 오해/곡해되고 재편된다. 허상도 말과 언어의 옷을 걸치고 실상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그러한 언어에 저항하려면 언어를 폐기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용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으로 경을 풀듯이[以經解經] 언어로 언어를 풀어가려는 애씀이 힘들더라도 사람(다움)의 무늬[人文]를 이뤄가는 길일 것이다.  

 

 

 

{논어}'공야장公冶長'

 

 

{논어}안의 원망. 노여움: 불안/폭력사회

논어에는 원怨과 노怒라는 글자가 자주 등장한다. 공자는 이익을 따라 행하면 원망함이 많다고 했다. 사회가 사적 욕망의 추구가 강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생산계층인 소인이 이익에 밝다고 했던 것은 이익추구 자체를 폄하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적 역할의 한 성향을 가리킨다. 그러나 당시 춘추말은 의와 정당성을 추구해야 할 군자가 사익 추구에 혈안이 되어가고 있었던 시대.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사람을 가두어두는 시대였다. 공자는 어느 날 자로와 안회와 함께 있다가 각자의 꿈을 말해보라고 했다. 자로와 안회의 대답이 끝난 후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꿈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공자는 자로와 안회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는 말이야,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벗들을 미덥게 하고, 젊은이들을 품어주려고 하네"라고 자신의 바람을 고백했다. 그런데, 이러한 공자의 말을 공자 개인의 영역으로 축소시키지 말고 확장해보자. 그러면 노년계층에 대한 복지와 안정, 붕우는 동년배만 아니라 뜻을 같이하며 연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젊은이들을 품는다, 그것은 교학상장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끌어안는 것.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공자가 지향한 인이 실현되는 사회일 것이다.

이러한 공자의 이상은 그만큼 당시 사회가 불안, 불신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소망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공자의 꿈을 개인적인 영역으로 축소하기보다 사회적 영역으로 확대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년과 중장년,청년을 감싸안는 것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인의 실천이고 실현이다. 현대의 사회복지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이 구절은 "노인들이 나(공자)를 편안하게 여기고, 벗들이 나를 믿어주고, 젊은이들이 나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도 해석된다.   (일지 계속 수정 보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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