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일지(7)

문우보인 | 2014.12.21 20:27 | 조회 947

 

팔일八佾

 

예와 악- 세계의 질서를 들여다보는 창

팔일편은 예와 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예와 악은 현대 한국의 일상언어에서 사용하는 맥락과 좀 다르다. {논어}에서 예와 악은 예의-예절이나 음악으로 그 의미를 제한시킬 수 없다. 예는 고대중국문화의 총체, 전모이면서 그것을 상징한다. 유형이면서 무형의 특징을 띤다. 예에는 종교와 철학, 정치, 전통문화가 모두 포함된다. 악은 시와 음악과 무용이 모두 들어가는 종합예술이다.(후에 나온 {순자} 「악론」, {예기} 「악기」 등이 이러한 동아시아 고대 악론樂論을 정리한 문헌이다) 공자는 예악의 실천과 실행을 통해 세상이 나아가야 할 길이 제대로 전개되고 있는지 가늠했다. 예악은 그에게 세상의 질서를 들여다보는 창과도 같았다.

 

팔일무

팔일편에는 예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사태를 목도하는 공자의 탄식과 분노가 표출된다. 예컨대, 당시 대부인 계씨가 대부의 신분으로 천자의 무舞인 팔일무를 뜰에서 추게 하고 있다. 대부면 사일무를 추어야 마땅한데 팔일무, 즉 64명이 추는 춤을 자신의 뜰 안에서 추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당시 국가의 큰 제사인 체褅제사(군주가 선조의 위패를 모신 태묘에서 철에 따라 지낸 대제)도 절차에 따라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계씨가 천자天子만이 다가갈 수 있는 영험한 태산泰山에 제사를 지내고 있지 않은가! 급기야 군주에게 예를 다해 섬기는 것도 아첨한다고 여기는 세상이 되었다고 공자는 탄식한다.

 

곡삭례: 상징체계와 현실.

공자의 제자 자공은 어떠한가. 그는 곡삭례(매월 삭일에 군주가 희생제물을 바치고 오늘이 몇월의 시작이다라고 선조의 신들게 고하는 제사)에서 희생양 의식을 없애려고 한다. 공자가 보기에 이는 너무도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공자에 따르면 곡삭례란 양 한 마리 희생 여부로 그 가치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곡삭례는 어떤 의미에서 전통을 보존하면서 모든 것을 효용성과 실용의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의미와 상징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다.

 

예컨대, 한글날의 경우를 보자. 한글날은 정부수립 후 국가공휴일로 지정되었다가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2013년, 22년만에 다시 공휴일로 제정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한글이라는 모어의 상징적 의미가 지닌 중요성이 공감대를 이루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날 종일 한글을 기념하지 않아도 그런 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한글의 의의를 한번쯤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물론 모든 국가 공휴일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원래 근대 국민국가는 국가 기념일, 국경일을 새로이 만들어내어 국가의 지배에 순응하는 국민만들기를 기획했지 않은가) 기념(일)이란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하여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곡삭례의 보존 여부를 두고 나눈 공자와 와 자공의 대화는 이 세상이 유용성과 효용성만으로 움직여질 수 없다는 것을 일러준다.    

 

예의 빛과 그늘: 오늘의 예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사실 우리 일상에서 예란 있으면 불편하고 없어도 불편한 것. 마치 신호등과 같다. 그러나 그것의 상징적인 힘을 부인한다면 세계는 질서를 잃어버릴 것이 아닌가. 공자는 이런 면에서 보수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나 한편으로 현실에서 상징적 작용이 작동하는 원리를 잘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완전한 억압과 지배만으로는 오래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예는 살아 있지 않은가. 무례하다, 예도 모른다. 기본을 지켜라, 지킬 건 지켜라, 이런 표현들도 그 안에 예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지면서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한국인의 일상언어에서 예라는 개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예에는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공자는 예란 형식적으로 잘 진행되려고 애쓰기보다 그것을 실천하는 속마음, 진정성을 강조했다. 가령 상례에서도 그 진행과정을 매끄럽게 마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슬퍼하는 마음이 없다면 형식으로 전락할 뿐이라는 것이다. 형식보다는 내용, 의례적인 절차보다는 그것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중시했다. 물론 공자는 그 마음가짐이 예로서 잘 표현되어야 함을 잊지 않았다. 무엇이든 상황에 들어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자의 기본 사유와 정서를 이룬다. 공자의 이런 마음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들이 관용과 너그럽지 못하고, 예를 실천하는 데에 공경하지 않으며, 상례에 슬퍼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을 내가 뭘 가지고 평가할까?” 라는 물음을 낳게 했다. 오늘날에도 어떤 조직이든, 공동체든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깊이 새겨봐야 할 물음이 아닐까.

 

공자의 음악(예술)에 대한 감각과 비평

공자의 주문화 하례와 은례를 그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주례, 주나라 문화전통과 질서를 따르고자 했다. 이는 그의 실증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한 예다. 그런 만큼 그는 자신이 다룰 수 있고 확인할 수 있었던 텍스트에 충실했다. 가령 그런 텍스트중 하나다. 공자는 시경을 일생 되풀이 읽어는데-그는 시경을 한마디 말로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고까지 요약했다.- 그만큼 인간의 솔직한 성정이 담긴 고대가요집으로 평가한 셈이다. - 남녀간의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 '관저'를 두고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라거나 소(순임금 음악)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고 좋다고(선하다) 하면서도 무력 정벌을 했던 무왕의 악, 무武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긴 하지만 좋지는(선하지는) 않다고 평가한다. 공자는 평화의 시기에 탄생한 음악과 무력혁명의 배경 속에 나온 음악의 차이를 변별하는 예민한 귀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평소 노래를 좋하며 즐겼던 공자의 심미안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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