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일지(6)

문우보인 | 2014.11.17 23:26 | 조회 878

 

위정爲政

 

1. 덕德/덕치德治

지금도 덕德이란 말은 그 사람 참 덕있다. 덕망있다. 후덕하다, 덕분, 덕택이다 등등으로 여전히  한국인의 일상언어에 남아 있다. 덕이란 개념은 단순히 동양철학의 개념이나 사라진 사어가 아니라 이처럼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렇다면 논어에서 공자는 어떤 맥락에서 덕을 사용하고 있을까? 공자는 일상의 영역만 아니라 정치의 맥락에서 덕을 제시한다. 왜일까. 당시 춘추말이라는 사회변동기는 전쟁과 불안이 증폭되어가던 시기다. 그리고 점점 부국강병으로 치달아가는 시기로서 전국시대의 도래가 예견되는 시대. 공자는 강력한 형벌과 법령으로는 국가와 백성을 오래 다스리기가 힘들다고 강조한다. (제후국들은 민의 토지 이탈을 방지하고 농업생산을 위해서 민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혹한 법령을 제정한다) 

 

유교가 체제 안에서 체제를 유지하면서 체제를 변혁하고자 하는 것은 덕치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강제력은 일시적인 지배와 복종은 유도하겠지만, 지속적인 지배는 힘들기 때문이다. 공자는 민의 치자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이는 치자가 강제력과 폭력, 무력이 아니라 도덕과 인격의 힘을 통해서야 국가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덕은 누군가가 외부에서 빼앗아갈 수 없는 내적인 힘과 같다. 카리스마와 같다고 할 수 있는 힘일 것이다. (원래 덕은 그 어원에서 감시하다 지배하다라는 맥락에서 그 정치적 힘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거리에서 큰 눈을 굴리며 감시하고 지배하는 뜻에 후에 마음 심 받침이 첨가되면서 그 눈을 자신에게로 돌리며 자신을 다스리고 규율하는 의미가 더해졌다.)

 

공자는 덕에 의한 정치를 행하는 것을 비유하면 뭇별들이 북극성으로 향하는 것(또는 둘러싸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끌어당기는 힘. 그런 힘을 간직한 자가 국가와 백성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우리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가 자식을, 선생이 학생을, 그리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관계들을 보면, 훈계와 강제보다 설득과 진정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라야 공동체를 오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2. 효. 공동체 질서. 민간사회

공자는 씨족질서가 보존해온 도덕과 정서를 보존하고자 했다. 그러나 제후국은 무력과 폭력으로 혈연적 유대가 유지되어온 촌락질서를 해체하고 국가에 편입시키려고 했다. 공자는 무력과 폭력으로는 세계의 질서를 오래 지속시킬 수 없다고 본 공자는 덕의 정치를 제언했다. 어떤 사람이 왜 정치에 종사하지 않는가라고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형제와 우애하는 것이 바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정치라고까지 답해주었다. 기존의 촌락사회는 가정이 확대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민간사회에서 오래도록 지속되어온 자연발생적인 도덕이나 가치관, 정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국가도 그러한 기존의 촌락사회, 씨족질서의 정서와 윤리를 배제한 채 정치를 할 수 없다. 효라는 단순히 부모를 잘 봉양하는 것만이 아니라 형제간 우애를 포함하며 그것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된다.(물론 이는 가족질서를 국가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면서 후에 한제국이 점차 유교적 질서를 뿌리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국가가 지속되려면 효가 실천되고 씨족, 가족질서가 유지되는 민간사회의 정서를 잘 파악해야 했을 것이다.)

 

공자는 효를 묻는 제자나 정치가들에게 보편적인 답변을 제시하지 않는다. 안색을 부드럽게 해라, 부모님 걱정하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라, 공경함을 잃지 말라 등등 각 사람에게 보이는 부족한 점을 지적해서 답해준다. 가장 평범한 듯 보이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그 점이 공자의 말이 가진 힘일지도 모른다. 공자는 근엄한 도덕군자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에게 효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억압이 아니다. (효라는 가족질서가 국가질서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은 한제국때부터 현실화 된다고 할 수 있다.) * 이 부분은 앞으로 좀 더 함께 논의해서 살펴보기로 함.

 

3. 믿음/신뢰/신실/신용[信]

공자의 시대는 사람과 사람이, 국가와 백성 사이에서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백성이 국가를 신뢰할 수 없고, 위정자를 믿을 수 없는 시대에 공자는 사람이 믿음성/신뢰성/신용이 없는 것을 큰 수레, 작은 수레에 차축이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수레에 이 둘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 갈 수 없듯이 믿음성은 사람에게 절대적인 덕목이다. 오늘날도 불신不信이 가득하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위계와 권력, 폭력이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에서든 형성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 신뢰, 신용을 회복할 수 있을까. 불신不信. 불안不安의 시대에 공자는 인자는 근심하지 않는다[불우不憂]고 했다. 그것이 사실을 가리키든, 희망을 지시하든, 공자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 사람을 쉽게 버리지 않았다고 할까. 그가 언어를 삼가고, 사람을 평가하는 데에 조심스러워하며 신중한 것은 사람에게 거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우리 시대에 회복되어야 할 가치를 생각해본다.  

 

4. 공자와 안회

공자는 정치에 참여하고자 했다. 그것은 그가 세계로부터 벗어난 방외인이 아니라 세계 안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를 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전국시대의 장자처럼 세계 밖을 그리며 그렇게 살아갈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의 뜻을 펼치려면 지배계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 이상과 대부, 제후와 같은 지배권력이 추구한 길은 달랐다. 공자는 인仁과 도道, 성聖의 가치가 세계에 구현되기를 원했다. 서로 개성을 달리하지만 그러한 그의 뜻을 알아주고 따르는 제자들이 있었기에 공자 또한 14년의 주유를 견디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 공자가 가장 아낀 제자 안회는 정치에 뜻을 두지 않았다. 그는 공자의 평가대로 공문에서 덕행德行에 뛰어났다. 얼핏 우둔한 듯 보여도 공자의 뜻을 일상 속에서 말없이 실천하는 자였다. 논어에 등장하는 안회의 모습은 묵묵하게 가르침을 따르고 끊임없이 한걸음씩 나아가는 구도자와도 같다. 어쩌면 공자의 또 다른 분신이 안회가 아닐까.

바깥으로 자신의 뜻을 펼치려고 하면서도 정치의 현실보다는 일상의 영역에서 길을 걸어간 안회를 그렇게 아끼고 높이 평가한 까닭은 무엇일까.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호학이라고 칭찬받았던 안회. 이후 안회에 대한 논어의 언급들을 계속 살펴보면서 공자와 안회의 관계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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