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일지(5)

문우보인 | 2014.10.13 20:23 | 조회 830

 

 

1. {논어}'학이'편과 첫 세구절: 논어의 각 편은 맨 앞 구절의 두글자를 따와 편명을 삼았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편의 내용들이 비체계적이더라도, 첫 구절을 아무렇게나 붙이지는 않았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논어의 학이편은 논어라는 서명으로 정착되어 나왔을 무렵에는 이미 공자학단의 교범으로 삼으려는 편집자의 의도와 목적을 반영한다. 학이편에는 논어에 등장하는 대화와 논의의 쟁점을 이루는 주요 개념과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학문, 군자다움, 인, 례, 화, 효제충신, 벗사귐, 경제적 문제와 문화 등등) 

 

앞의 세 구절은 소논어로 이야기 된다. 그 세 구절은 공자가 14년간의 유랑을 마치고 노나라로 귀국한 후, 그러니까 68세 정도의 어록으로 보는데, 이 세 마디를 소논어라 하는 까닭은, 공자의 인생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학문에 대한 정열과 기쁨, 둘째, 사람들과의 만남과 즐거움, 셋째, 군자다움의 지향. 이 세 가지는 일생 공자를 지탱시켜준 힘이었다. 

 

열다섯에 고대중국문화를 향한 배움(주나라 예악문화, 주공을 모방)에 뜻을 두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을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던 공자, 사람들과 만나며 이야기나누며 지기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린 공자는, 노예가 아닌 주체로서의 삶을 살려고 했다. 그는 물론 시대의 아들이고, 역사적 조건의 한계 속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따라서 제후나 대부와 같은 지배계층[人]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일흔이라는 나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거나 섭섭하지 않게 되었고, 그것을 군자답지 않는가라고 하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 독해될 수 있다.   

 

2. 고대문화에 대한 배움과 열망: 그렇다면 공자는 왜 그토록 고대문화에 대한 배움을 강조했는가.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니 기쁘지 않은가라는 평범한 듯 보이는 말에는 고대문화의 정수로서 시(시경)와 서(서경), 그리고 몸으로 익힐 예를 배우며 때에 맞추어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면서, 고통속에 인내하며 얻는 공자의 희열이 담겨 있다. 그가 보기에 자신이 배우고 모방하며 실천하려고 한 그 세계 안에는 점점 폭력화되어가는 춘추말이라는 시대를 비판할 수 있는 자원이 담겨 있었다. 차가운 세계로 변해가는 현실을 되돌리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꾼 공자에게 시서와 예의 세계는 단순히 관념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는 그가 제나라가 한번 변하면 노나라가 되고 노나라가 한번 변하면 도에 이를 것이라고 한 데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3. 시서역, 예의 세계: 시의 세계안에는 인간의 정서와 감성, 진정이 들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정감과 희노애락의 세계, 그리고 고대중국의 건국신화가 담겨 있다. 민간의 노래가 있고, 남녀간의 사랑노래가 고스란히 문자로 살아 있었다. 궁중의 음악과 건국신화가 시의 리듬으로 실려 있었다. 공자가 시경을 읽고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고 한 것은 그런 까닭이다. 서(서경)는 정치와 역사의 세계다. 거기에는 고대중국의 전쟁과 왕조의 역사가 담겨 있다. 성왕의 모범이 또한 그려져 있었다. 그는 시와 서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성찰했고, 그것을 거울로 삼았다. 주나라의 예악문화가 바로 그러한 세계를 구현한 것이라고 공자는 받아들였다. 공자가 역을 공부했을 거라고 본다면 공자는 역을 공부한 후에 천명을 알았다고 하는 학자(중국의 리링)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관련 구절은 {논어}에 나옴) 

 

4. 동아시아 인문학: 이렇게 보면 공자는 문학, 역사, 철학, 이른바 문사철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인문학의 길을 자연스럽게 열어놓은 인물이며, 그 공부를 제자들과 나누고 가르치며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준비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머리 속에서가 아니라 예를 통한 실천으로 이 세계 속에서 표현되도록 노력했던 것은 아닐까.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래를 열망했던 것일까. 후에 {중국교육사} 등에서 관학이 아닌 사립학교의 창시자로서 공자를 기술하는 것은 그러한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사립학교라는 틀이 아니라, 귀족과 지배계층이 독점하던 지식으로 세계가  더 이상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또한 공자와 그 학단은 지식의 영역이 점점 다른 계층으로 공유되고, 지식의 분화와 공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을 예시해주는 것은 아닐까.   

 

5. 세계 안의 사람: 사士계층이 대부분이었던 제자들을 바라보며 노년의 공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공자는 이 세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는 초월하려고 하지 않았다. 세계를 떠나지 않았다. 일본의 유교연구자 가지 노부유키의 표현대로({孔子畵傳}(日本,集英社,1991)), 그리고 논어에 나타난대로 권력과 부, 지위를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것을 버리지 않았다. 이는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와 불교의 붓다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그는 권력자에게는 엄격한 자기 절제와 민에 대한 마음, 불의하면서 얻은 부에 대한 가차없는 거부, 민의 경제적 안정, 지위를 가지면 그 지위에서 이름에 걸맞는 행위를 하기 등 각기 맡은 자리에서 그 자리에 모든 힘을 기울이기를 요구했다.

 

6. 군자다움: 남이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군자. 안락한 삶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성찰해가는 삶. 다소 빡빡하고 답답해보이나 그러나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사람으로서 군자. 주체, 주인이 되기 위한 열망, 말보다는 실천이 앞서며 다른 이가 자신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는 사람, 벗과의 사귐에 신의를 지키며 진실을 호도하는 말과 얼굴빛을 경계하며 사람다움과 평화를 애써 추구하는 사람. 일상을 돌아보며, 동아시아인에게 {논어}의 군자다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덕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논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군자는 도덕으로 중무장된 범접하기 힘들거나 갑갑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개선해가며 유연하게 삶을 가꾸어가는 존재로서 재해석할 수 있다. 그는 전문적 지식으로 나무만 보는 자가 아니라 숲을 보는 자, 전체를 볼 줄 아는 넓은 안목을 갖춘 인간형이다. 이후 다른 편에도 나오지만 군자는 다른 사람의 좋은 점, 장점을 잘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며 공생의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그는 사람다움과 평화를 끌어안고, '더불어 숲'(신영복)을 이루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 논어일지 차후 계속 보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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